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각들 - 1. 노멀라이제이션 (normalization)

2022. 8. 21. 14:53인문학/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생각들

요약

장애인, 고령자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는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에 의하여 성립된다. 그러므로 사회환경을 변화시켜서 현재 사회에 의한 그들의 능력 박탈을 완화하고 해소하려고 하는 사상을 '노멀라이제이션'이라고 한다. 즉, 장애인들이나 고령자들이 보통사람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1. 노멀라이제이션의 창시자, N. E. 뱅크 미켈센.

N. E. 뱅크 미켈센(1919-1990)은 1919년 덴마크에서 태어났다. 1940년 독일 나치군이 덴마크를 침공하자, 레지스탕스 운동에 참여했다. 1944년에 나치스 통치하의 덴마크에서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덴마크 사회부 정신박약복지과에 근무하였다. 이때, 세계 최초로 노멀라이제이션이라는 단어를 쓴 법 제정에 관여했다. 1968년에 케네디 국제상을 수상하였고, 1983년에 은퇴하였다. 1990년에 암으로 사망하였다.

 

뱅크 미켈센
뱅크 미켈센

 

2. 뱅크 미켈센의 주장.

뱅크 미켈센의 다음의 두 가지를 주장하였다.

  • 장애인도 다른 시민들과 평등한 존재일 것.
  • 장애인도 다른 시민과 같이 일반법으로 지원받을 것.

 

당시에는 장애인들이 '특별한 존재'로 여겨져서 특별법에 의하여 보호시설에 격리되었다. 장애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치들은 장애인들의 여러 자유를 박탈하고 있었고, 그들을 시민 사회로부터 분리시키고 있었다. 뱅크 미켈센은 장애인들 역시 다른 시민들과 같은 자유를 가지고, 일반 시민사회 안에서 그들과 공존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노멀라이제이션의 시작이다.

 

3. '노멀라이제이션'이란?

뱅크 미켈센은 노멀라이제이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멀라이제이션이란,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그 사람을 평등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동시에 그 사람의 생활조건을 보통의 생활조건과 같은 것으로 하려고 하는 생각입니다." "노멀라이제이션의 목표는 장애인이 보통 사람과 동등한 기회와 가능성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장애인들도 보통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장애인들이 '특별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과 같은 사회 구성원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장애인과 보통 사람이 구별되지 않고 같은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노멀라이제이션이다.

 

다리가 불편하여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 A가 있다고 하자. 만약 그 A가 사는 나라에서 엘리베이터, 휠체어 경사로 등이 잘 구비되어 있고, A가 버스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 A는 그 나라에서 장애인이 아니라 보통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인프라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A는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장애인이 된다. 즉, 장애라는 것은 결국 그 나라, 사회의 모습에 의하여 성립된다. 그러한 사회의 모습을 바꾸어서 장애인들도 보통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게 하는 것이 노멀라이제이션이다.

 

4. 노멀라이제이션이 적용된 사례

-일본의 '모두의 화장실 (みんなのトイレ)'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주는 것은 달리 보면 장애인들을 보통 사람에게서 격리시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은 장애인 전용으로 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용할 수 있게 한다면,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일본에 있을 때, 장애인 화장실이 '모두의 화장실(みんなのトイレ)'라고 쓰여있고 보통 사람들도 많이 이용하는 것을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는 왜 그렇게 할까 하고 궁금했지만, 노멀라이제이션을 수업에서 배우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장애인들을 보통 사회에 통합하려는 사상인 노멀라이제이션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물론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쓰고 일반인들은 이용 못하게 하는 것이 그곳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소외되고 격리당하지 않도록 '모두의 화장실'이라고 쓰고 모두가 쓸 수 있게 하는 사상의 의의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 '모두의 화장실' 마크
일본 '모두의 화장실' 마크

 

-미국의 '미국 장애인법' (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사회활동에 있어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법이다. 장애인들에게 취업, 상품 구매, 정부에서 하는 프로그램 참여 등의 기회를 보통 사람들과 같이 보장하는 법이다. 이 법의 특징은 장애인들에게 보통 사람과 같은 기회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며 위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장애가 있어서 이용할 수 없는 대중교통시설은 그 자체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이 된다. 이 법의 또 다른 특징은 공공 사업체뿐만 아니라 민간 사업체가 운영하는 시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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