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인양구가 정리하는 강원도 양구 21사단의 단점

2023. 3. 30. 18:07군대/21사단

저번 글에서 21사단의 장점을 정리했으니 이번에는 단점을 써보려고 한다.

 

1. 21사단 예하 부대에는 엄청난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이 많다.

저번에 장점을 정리할 때, 양구가 의외로 서울과 가깝다는 내용을 썼다. 맞는 말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2시간이면 양구에 갈 수 있다. 그래서 양구읍내 주변이나 국토정중앙면(남면) 주변에 자대가 있으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문제는 양구읍내에서 위쪽으로 많이 떨어진 곳에 있는 부대들도 많다는 것이다. 양구읍내에서 차 타고 20~30분 이상 걸리는 부대도 있다. 심하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부대도 있다. 이런 부대에 가게 되면 많이 힘들어질 수 있다.

 

우선 휴가 나올때 마다 상당한 시간을 이동에 써야 한다. 출발하는 날에는 집에 더 늦게 도착해서, 복귀하는 날에는 더 빨리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양구읍내에서 자대까지 버스로 이동하려고 한다면 시내버스 시간표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고 당연히 그에 맞추어 복귀시간을 짜야 할 것이다. 택시로 이동한다면 많은 비용이 소비될 것이다.

 

그런데 육군의 휴가교통비 지원은 직선거리 기준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21사단 장병들은 연가를 나갈 때, 실제로 들어가는 교통비 보다 적은 교통비를 지원받는다. 결국 휴가 출발과 부대복귀에 들어가는 교통비의 상당 부분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자세히 설명하면 복잡하니 생략하겠다.

 

그리고 평일 외출이 힘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평일외출은 4시간인데, 부대에서 읍내까지 왕복 1~2시간 걸린다면 평일외출을 나오기가 더 힘들 것 같다.

 

2. 양구의 겨울은 군인에게는 정말 최악이다. 많이 춥고 눈도 많이 온다.

양구의 겨울은 정말 춥다. 혹한기 훈련을 할 때 -25도까지도 잘 내려간다. 평소에도 아침 기온이 -10도 이하인 날이 많다. 이런 날에 아침점호를 하고 체력단련을 하면은 정말 몸이 벌벌 떨린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눈도 많이 온다. 양구는 5월까지도 눈이 오는 동네이다. 겨울이 되면 주말마다 눈이 온다. 그리고 당연히 눈이 오면 제설작업을 해야 한다. 한겨울에는 매일 같이 제설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등병 막내부터 말년병장, 그리고 여단 당직사령까지 사이좋게 제설작업을 하는 곳이다.

 

참고로 양구 위쪽 산지방은 눈이 더 자주 온다. 내가 있던 군부대에 눈이 한번 올 때 위쪽은 두세 번씩 왔었다.

 

3. 겨울이 춥다고 해서 여름이 시원한 것도 아니다.

겨울은 춥지만 여름은 정말 덥다. 햇볕도 세다. 하지만 더워도 작업을 하고 제초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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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음식점, 문화시설에서의 바가지는 거의 없지만, 숙박업소에는 바가지가 아직 남아있다.

양구에 있는 음식점에는 바가지가 거의 없어졌다. 영화관, 볼링장, PC방 등의 문화시설도 마찬가지이다. 군인이라고 돈을 더 받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숙박업소는 바가지가 아직 남아있다. 부모님이 오셔서 양구에서 외박을 했을 때, 조그마한 펜션방이 하루에 12만 원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많이 싸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숙박비는 아직 비싸다. 

 

다행히도 21사단 외박 위수지역은 춘천까지로 설정되어 있다. 다만 코로나 등의 이유로 가끔 외박 위수지역을 양구군내로 한정하기도 한다. 내가 외박을 나갈 때 그랬었다. 그래서 숙박비가 비싸더라도 양구군에 있는 펜션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5. 양구에 남아있는 군인 무시 풍조

안 그런 사람들도 많고 군인이라고 더 챙겨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군인(특히 병사)에게 반말로 대하고 무시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그래서 가끔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군복을 입고 다녀도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을 듣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양구에서는 모르는 사람인데 그냥 반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말로 말하는 버스기사, 택시 기사, 약국 주인 등등이 있었다. 나이 드신 분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내 경험상 50% 정도의 사람들이 나에게 반말을 썼었다. 나는 분명히 손님이었는데도 말이다. 아들처럼 챙겨주는 듯한 반말이 아니라 그냥 무시하는 반말이다. 들으면 무슨 느낌인지 안다.

 

사족이지만, 너무 반말로 무시당하는 것 같을 때는 항의를 하자. 나의 경우에는 아침에 휴가는 출발해서 버스에 타려고 하는데 버스기사가 반말로 말을 했다. 

 

"야, 가방 짐칸에 넣고 타"

 

그때 내 가방은 더플팩이었다. 하지만 내용물이 많이 안 들어있어서 들고 타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방 안에 술병이 있어서 들고 타고 싶었다. 그리고 양구남면에서 서울 가는 아침 버스를 타는 사람은 보통 5명이 안 된다. 그날도 3명만 탔다. 비어있는 좌석이 많으니 옆 좌석에 놓으려고 했다. 버스기사에게 가방 안에 술병이 있으니 들고 타고 싶다고 말했다.

 

"야, 짐칸에 넣고 타라고"

 

결국 짐칸에 넣고 타게 되었다. 타면서 말했다.

 

"아저씨, 그래도 반말은 아니죠. 손님인데"

 

서울에 도착한 다음에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서 항의를 했다. 그리고 그다음 휴가에도 그 버스기사를 만났다. 여전히 반말로 하셨지만 그래도 저번처럼 막 대하는 태도는 조금 바뀐 것 같았다. 

 

군인이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그대로 받아줄 필요는 없다. 상대방이 지나치게 선을 넘었다고 생각되면 예의를 지키면서 항의해야 한다.

 

 

6. 단점 6 : 격오지이기에 부대 문화가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

육군은 2016년에 다나까 말투를 폐지했다. 내가 입대한 2021년에 육군훈련소에서는 다나까 말투를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21사단에서는 아직 사용해야 한다. 더 나아가 내가 속한 여단의 경우에는 '네'라고 말하는 것도 안되었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해야 했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면 '네'를 썼다고 해서 혼났었다. '네'를 쓰면 안 되는 이유는 나도 모른다. 내 주변 사람들도 아무도 몰랐다. 다만 내려온 대로 할 뿐이었다.

 

위의 사례는 그저 한 사례일 뿐이다. 다양한 부조리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작은 부대, 독립부대로 갈수록 부조리는 더 심해질 수도 있다. 

 

7. 격오지이기에 열악한 부대환경

예전보다는 확실히 많이 나아졌다. 21사단에서도 웬만한 여단본부, 대대에는 신막사가 생겼다. 그래서 예전만큼 열악하지는 않은 곳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작은 독립부대시설은 매우 열악한 곳이 많다고 들었다. 내가 병장일 때, 여단 정보중대(구 수색중대)에서 병사 3명 정도가 왔었다. 행보관님의 부탁으로 내가 안내를 하게 되었다. 듣고 보니 군 병원을 가기 위해서 하루만 머문다고 한다. 부대시설 안내를 해주면서 정보중대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우리 중대 6명이서 생활하는 생활관과 비슷한 크기의 생활관에 일자형 침상이 있고 25명 정도가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그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관 리모컨을 쥐여주며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여기서 푹 쉬고 가라고 말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그들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부대의 경우에는 2개월간 사지방의 인터넷이 끊긴 적이 있었다. 한겨울 어느 날에 광케이블이 고장 나서 사지방을 못쓰게 되었다. 며칠 안에 고쳐질 줄 알았는데 수리되기까지 2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래서 2개월간 사지방에서 인터넷을 이용한 학습을 할 수 없었다.  

 

군대 복무 환경은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열악한 곳이 많다. 석면 건물도 많이 보았고 열악한 막사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21사단에 온다면 그런 부대에 가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그런 부대들의 환경이 빨리 개선되기를 희망한다.

 

21사단 부대마크
21사단 부대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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