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인양구의 '군대 휴가 중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을 공가로 인정받기 위해서 있었던 일들

2023. 3. 21. 21:58군대/군대 휴가 관련 정보

군대 휴가 중에 코로나 확진으로 인하여 격리를 당할 경우에는 그 격리기간을 공가로 처리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전역한 작년 10월까지는 그랬다. 육군본부(이하, 육본)의 지침이 그러기 때문이다. 국가에 명령에 의한 격리기간을 개인 연가로 처리하는 것이 말이 안 되기도 하기도 하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육본의 지침을 어기고 자체적으로 지침을 만들어서 휴가 중 코로나 격리기간을 개인 연가로 처리한 부대들도 많았다. 우리 부대도 그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육본의 지침에 어긋나는 부대 인사지침을 수정하여 휴가 중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을 공가로 인정받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휴가 중에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부터 격리기간을 공가로 인정받은 것까지 차례대로 서술하겠다.

 

1. 휴가 중 코로나에 걸리다.

병장이 되고 첫 번째 휴가에 나왔다. 이번 휴가는 정보통신기사 실기시험을 보는 중요한 휴가였다. 이 시험을 보기 위해서 군대에서 한 달간 매일 기상나팔이 울리면 바로 일어나서 10분간 공부했고, 점심시간에도 공부했고, 밤에는 연등을 하면서 공부했다. 기사 시험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를 하고 휴가를 나왔다. 하지만 시험 전날에 큰 문제가 생겼다.

 

몸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이렇게 심한 몸살은 처음이었다. 오전에는 침대에 누워서 쉬면서 상태를 보았다. 그렇지만 오후가 되어도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몸살은 심해졌다. 코로나가 의심되었다. 가까운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양성이었다.

 

바로 중대장님과 행보관님께 연락을 드렸다. 행보관님께서는 격리기간은 공가처리 될 것이라고 안내해 주셨다. 여기서 공가처리 되고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2. 다음 휴가에 청천벽력 같은 전화를 받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를 했던 휴가는 무사히 격리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를 했다. 그리고 당연히 공가처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때까지는 공가처리가 되었었다. 그리고 다음 휴가를 나왔다. 이 휴가 때는 육상무선통신사를 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친구들도 만나고 시험준비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행보관님께 전화가 왔다. 그리고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여단 인사과에서 연락이 왔는데 여단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은 개인 연가로 처리해야 된다는 것이다. 전화를 받고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은 공가처리된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보기도 했고,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부대 밖에서 바로 조치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우선, 행보관님께는 "알겠습니다. 저도 행보관님과 같이 코로나 격리기간은 공가처리된다고 알고 있었고, 육군본부의 지침도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복귀 후에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말년병장에게 휴가 7일이 없어진다는 것은 매우 매우 심각한 일이다. 그렇기에 괜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래도 복귀하고 관련 근거를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은 예정대로 사람을 만나고 시험공부를 했다. 육상무선통신사는 합격했다. 그리고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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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복귀 후에 육본 지침을 찾아내다.

복귀하고 육본 인트라넷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지침을 모두 다 찾아보았다. 그리고 휴가 중에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을 공가처리하라는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위의 문장이 말이 어렵게 됐다. 지침을 찾은 것이 아니라 지침을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니 말이다. 보충 설명하면 이렇다. 육군의 여러 지침은 온나라라는 행정시스템을 통하여 내려간다. 그런데 육군은 해군과 공군과 달리 병사에게 온나라 계정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들어갈 수가 없다. 공가 처리에 관한 지침도 온나라로 내려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지침이 있었다는 사실은 어떻게 발견했을까? 당시에 육본 인트라넷 홈페이지에는 코로나 19에 대한 페이지가 있었다. 그곳에 한 병사가 질문을 올렸다. 휴가 중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은 공가처리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담당자인 한 중령이 답변을 했다. 그 답변에는 육본에서 여러 번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은 공가처리하라고 지침을 내렸지만 따르지 않는 부대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최신에 내려간 육본지침의 번호도 나와있었다. 이것을 보고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은 공가처리하라는 육본의 지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페이지를 그대로 프린트하였다.

 

4. 공가처리를 요청하면서 있었던 황당한 해프닝들

내가 휴가에 복귀하고 육본의 지침을 찾았을 때,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바로 행보관님이 집안에 일이 생기셔서 며칠간 휴가를 가신 것이다. 이때 행보관님이 계셨다면 더 빨리 공가처리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간부가 행보관 대리를 맡고 있었다.

 

부대에 복귀한 날에 그 간부는 여단 지침으로 인하여 코로나 격리기간을 연가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공가처리 되었던 휴가를 취소하고 연가로 하던지 아니면 공가처리된 만큼 연가를 못쓰게 된다고 말했다. 나는 지침에 대해서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나는 육본의 지침을 발견하고 그 간부에게 갔다. 그리고 육본의 지침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육본의 지침에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을 공가처리하라고 나와있습니다. 저 역시 공가처리된 그대로 공가가 인정돼야 합니다." 그 간부가 말했다.

 

"그건 너 생각이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정확히는 내 머리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상명하복은 군대의 기본 원칙이다. 매일 그렇게 듣고 교육받았다. 그런데 육군 최상위 기관인 육본의 지시를 일개 병사의 생각으로 치부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음날 나는 다시 간부연구실에 갔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렸다. 그 간부가 말했다.

"다른애들은 다 연가처리 해왔는데, 너를 공가로 인정해 주면 다른 애들도 다 공가로 해야 돼?"

 

내가 몇 초간 뜸을 들이고 말했다.

"육군본부의 지침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사실 대답은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지만 말하기가 부담스러워서 뜸을 들였다.

 

그 옆에 있던 간부가 화를 내면서 말했다.

"아니, 00아(욕은 아니고 내 이름). 공가가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야!"

 

육본의 지침을 따르자는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 그렇게 한 이유는 의미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행보관님과 여단 인사과만 설득하면 되었다. 굳이 의미 없는 분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5. 공가인정 근거가 명확했지만 내가 안절부절못했던 이유

육본의 지침이 있으니 결국에 나는 공가를 인정받는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어느 정도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내 전역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다. 약 한 달만 남아있는 시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한 달 안에 여단 인사지침을 바꾸어 공가로 인정받지 못하면 안 되었던 것이다. 한 달 안에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더 철저히 준비해서 내 논리를 제출하기로 했다.

 

 

6. 여단에서 따를 수밖에 없는 근거를 만들다.

시간을 끌면 나는 공가를 인정 못 받는다. 그래서 여단에서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근거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육본의 지침 이외에 하나의 근거가 더 필요했다. 육본의 지침이 상위 기관의 지침이나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증명이 필요했다.

 

그 이유는 군대의 시스템에 있다. 상명하복이 기본인 군대이지만 상급부대의 명령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상급부대의 명령이 더 상위에 있는 부대의 명령이나 법령을 위반했을 때이다. 즉, 이 육본의 지침이 국방부의 지침을 위반했거나 공가에 대한 법령을 위반했다면 우리 여단은 육본의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말하면 내가 이번 육본의 지침이 국방부의 지침이나 법령에 모순되지 않는다는 근거만 보여주면 여단은 바로 육본의 지침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바로 그 근거를 알아보았다. 우선, 이번 육본의 지침에 반대되는 국방부의 지침은 없었다. 정확히는 나는 못 찾았다.

 

다음은 법령을 분석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중에서 공가에 대한 부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도 공가로 인정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육본지침이 법령에 모순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육본의 지침이 국방부의 지침과 법령에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니 여단 역시 육본지침에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근거를 만들었다.

 

만약 내가 이 서류들을 제출한다면 여단 인사과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육본 지침을 그래도 따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육본에게 의견을 건의하는 것이다. 첫 번째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생각했다.

 

7. 행보관님께 내가 찾은 근거들을 제출하다.

행보관님이 복귀하시고 나도 다시 휴가를 나갔다가 복귀했다. 행보관님께 육본지침과 공가에 대한 규정을 보여드렸다. 그리고 말씀드렸다.

 

"육본 지침은 코로나 격리기간을 공가로 인정하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인 기본법의 공가에 대한 항목에서 이 부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행보관님은 수긍을 하셨다. 여단 인사과에 이 일을 알리고 관련 지침에 보완을 요구하겠다고 말씀하셨다. 

 

8. 마침내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격리기간을 공가로 인정받다.

그리고 며칠 뒤에 행보관님이 여단 지침이 수정되었고 공가처리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여러 해프닝 끝에 마침내 공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또한, 여단의 다른 사람들도 코로나 격리 기간을 공가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로카인양구의 21사단 부대마크
21사단 부대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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