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행정병으로 입대했지만 자대에서 사실상 특기가 변경되다.

2022. 10. 27. 10:21군대/군대 후기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한 후에 자대에 가서 특기가 변경되었다는 이야기는 종종 들려오곤 한다. 나도 사실상 그렇데 된 경우 중에 하나이다.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할 경우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전역할 때까지 특기번호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특기번호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부여지는 임무는 바뀔 수 있다. 사실상 특기가 바뀌게 되는 것이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아래의 글을 읽으면 좋겠다.

 

1. 나의 특기는 정보체계운용/정비, 특기번호는 175.103 !

나는 기술행정병으로 지원해서 입대하였다. 일본어어학병으로 입대할 수도 있었지만,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하게 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 번째로 병무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특기설명을 보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병무청에 들어가면 정보체계운용/정비의 특기설명을 볼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서버를 만질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대학교에서 데이터베이스와 서버에 관한 이론은 배웠지만 써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괜찮은 특기라고 생각했다.

 

병무청의 정보체계운용/정비(175.103) 특기설명
병무청의 정보체계운용/정비(175.103) 특기설명

 

두 번째로 작년 3월 중순까지 일본에 있어서 한국에서 하는 면접에 참여할 수 없었다. 그래서 4~5월에 입대하는 전문특기병에 지원하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어정쩡한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입대한 작년에 경우, 일본어어학병은 3월, 6월, 9월, 12월에 입대했다. 나는 4월 이후로 입대할 생각이었다. 일본어 어학병을 지원하게 되면 적어도 2개월 늦게 간다. 그리고 만약 일본어어학병에 한번 떨어지게 되면 5개월 이상의 어정쩡한 기간이 생겨버린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가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꽤나 큰 심리적인 부담이었다. 일본어 JLPT N1 만점을 가지고 있었고, 일본에서 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일본어어학병에 충분히 도전할 만하였다. 하지만 불합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합격할 확률이 90%이든 99%이든 남은 10%나 1%에 대한 부담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문특기병에 대해서도 비슷했다. 결국 나는 정보체계운용/정비 특기의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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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대에서 가설병이 되다...

병무청에서 데이터베이스와 서버를 관리한다고 나와 있는 특기를 선택하여 입대하였지만, 나는 자대에서 가설병이 되었다. 서류상에서 특기와 특기번호는 그대로이지만, 하는 일이 가설병이니까 사실상 특기가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가설병의 바뀐 이름과 특기 이름에 같은 '체계'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들어서 가설병은 '체계설치병'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체계설치병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보통 가설병이라고 말하지만, 군대의 서류에는 체계설치병으로 적혀 있다.

 

그리고 내 특기는 '정보체계운용/정비'이다. 그래서 체계병이 되었고, 체계병이 체계설치병의 줄임말이었다. 그리고 체계설치병은 가설병의 다른 말이었다. 그렇게 가설병이 되었다.

 

자대에 처음 와서 전역증을 받기까지 서버와 데이터베이스에 관한 일은 한 적이 없다. 항상 가설병으로써 텍스를 따고 UTP선을 깔고, 야전선을 매고 다녔다.

 

군대에 입대할 때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하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 같은 케이스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만약 정말 특기 설명에 나와 있는 직무와 확실히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싶다면 전문특기병이나 어학병으로 입대할 것을 추천한다. 기술행정병으로 입대하여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운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2-1. 무전 근무도 서고 무전에 관련된 일도 하게 되었다.

자대로 와서 10일 정도 지나고, 나는 무전 근무를 서게 되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2주일에 주간 한번, 야간 한 번만 들어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것도 없고 시간에 맞추어서 무전을 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야간근무를 서면서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 날 쉴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부대의 편제가 줄어들면서 발생하였다. 부대의 편제가 줄어들면서 무전 근무를 서는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원래 서던 사람의 3분의 1로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런데 그중에서 휴가를 나가는 사람도 있으니까 남은 사람이 많은 근무를 서게 된다. 그래서 3~4일에 주간 한번, 야간 한번 이렇게 서게 된다. 가장 야간을 많이 선 달은 13번 섰다. 몸이 많이 피곤했다.

 

그리고 무선병 선임들이 다 전역했지만 무선병이 안 들어왔기 때문에 무선에 관한 일도 해야 했다. 가설병 일이 끝나면 무선장비를 체크해야 했다. 병장이 되어서도 쉴 수 없고 매일 열심히 일했다. 말년병장이 되어서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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