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인양구의 21사단 보충중대 생활 및 후기

2022. 10. 13. 17:00군대/군대 후기

1. 보충중대 이야기

논산 훈련소를 수료하거나 21사단 신교대가 아닌 신교대를 수료하고 21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은 사람은 자대에 가기 전에 보충중대에 가게 된다. 정확히 말하면 21사단에 배치되는 것은 확정된 것이지만 21사단 어디로 갈지 정해지지 않아서 보충중대로 가게 되는 것이다. 정확히 어디로 보낼지 정하지도 않고 사람을 보낸다는 것이 신기한 일이지만 군대에서는 그렇게 한다. 보충중대에서 5일 정도 교육을 들으면서 자대배치를 기다리고 자대배치가 나오면 그 부대로 가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서도 여단이나 대대급 부대만 지정해주지 그 부대의 어느 중대로 보낼지는 가서 정한다.

 

보충중대는 그냥 쉬어가는 곳이다. 몇몇 교육을 받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하는 것이 없다. 17시 반이 지나면 샤워도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테레비도 볼 수 있고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훈련소에서 샤워도 매일 10분 정도밖에 못했고, 전화를 제외하고는 사회와 모든 소통수단이 단절되고, 그 전화도 가끔씩 3분만 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이 느껴지는 곳이다.

 

보충중대에서 받았던 교육은 거의다 군생활 조언에 관한 것들이다. 사단 주임원사, 사단 감찰참모나 군종장교가 와서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가셨다. 군종장교는 해외파병에 대해서 이야기했었고, 감찰참모는 군대 부조리 대응에 관하여 이야기했었다.

 

사단 주임원사는 세 가지에 대하여 말했었다. 첫 번째로 군생활에 무엇을 할 건지를 생각해 놓으라고 하셨다. 재대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군대라는 조직에 대하여 편견을 버리고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즐거움을 배우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라고 하셨다. 두 번째로는 군생활을 잘한다는 것에 대한 주임원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상관이나 선임의 명력이나 지시에 무조건 참고 따르는 로보트형 군인은 더 이상 좋은 군인이아니라고 하셨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상대방과 소통하고 경청을 하는 것이 좋은 군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소통에는 거짓이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거짓은 결국에 들통나고 그러면 신뢰를 잃는다고 하셨다. 세번째로는 과거 자신이 만났던 전역한 병사들이 말한 군생활의 힘든점을 말했다. 다들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인간관계는 자기만 잘하면 되는것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로보트형 군인을 좋아하는 것이 내가 경험했던 군대였다. 군대라는 조직에 대하여 편견을 버리고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사실이었다. 다른 말들은 지금도 맞다고 생각한다.

 

교육이 끝나면 생활관 다 같이 뉴스나 드라마를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뉴스와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었다. 전화도 오랫동안 하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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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보충중대에서의 자대배치

보충중대에서 자신이 갈 자대배치를 받는다. 사단 안에서 어느 부대로 갈지 정해지는 것이다. 특기별로 여단, 직할대대의 티오가 정해지고, 그 티오에 따라서 자신이 가게 될 부대가 무작위로 정해진다. 보통 자대로 가기 전날에 정해진다.

 

나는 21사단 예하의 모 여단으로 가게 되었다. 그때는 정보통신대대에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배치였던 것 같다.

 

 

3. 보충중대에서의 마지막 날

자대 배치가 끝나고 설문조사를 했다. 군대에서 하고 싶은 것, 자신의 걱정거리 등을 조사하는 것이였다. 설문조사의 마지막 항목은 보충중대의 개선사항이였다. 설문을 작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서, 생활관 대표병이였던 내가 설문지를 걷어 보충중대 행정반으로 갔다. 나는 보충중대장이 보충중대에 대한 의견을 읽어보고 나서 설문지를 처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설문지를 받은 당직병은 바로 군생활기록부, 면도날과 같이 봉투에 넣었다. 보충중대장은 그 설문지를 읽지 않았다.

 

자대배치가 끝나고 5일 동안 정들었던 생활관 사람들과 마지막 밤을 보냈다. 다들 파이팅하자, 건강히 전역하자 등의 덕담을 나누었다. 저녁점호가 끝나고 취침시간이 되었다.

 

취침시간이 끝나고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는데 그때 불침번이 같은 생활관 사람이었다. 나보다 한살 어린 사람이였다.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데 내 손을 잡고, "형님, 그동안 감사했고 파이팅 하세요."라고 했다. 나도 파이팅하자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나는 자대로 갔다.

 

21사단 부대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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